3개월이라는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 기간 동안 매일 잠들기 전 스마트폰 메모장에 그날 몇 시에 잠들었는지 적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러다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나중엔 그냥 습관이 됐다.
불면증이 시작된 계기는 명확했다. 이직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직을 하고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진 뒤에도 불면증은 계속됐다. 그때 알게 됐다. 불면증은 원인이 사라져도 습관처럼 남는다는 걸.
효과가 없었던 것들
처음엔 다들 좋다고 하는 것부터 시도했다. 따뜻한 우유, 라벤더 오일, 취침 전 스트레칭. 솔직히 말하면 큰 변화는 없었다. 특히 "잠이 안 오면 양을 세라"는 조언은 오히려 역효과였다 — 숫자를 세는 행위 자체가 뇌를 계속 활동시켰다.
수면제도 병원에서 처방받아 며칠 먹어봤는데, 잠은 들었지만 다음 날 몽롱함이 하루 종일 이어져서 그만뒀다.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미루는 느낌이었다.
효과가 있었던 것들
가장 먼저 바뀐 건 "시계를 안 보는 것"이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새벽에 깼을 때 몇 시인지 확인하는 순간 "몇 시간밖에 못 잤네"라는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시계를 아예 서랍에 넣었다.
두 번째는 소리였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조용한 게 잠에 좋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완전한 정적 속에서는 오히려 이명처럼 귀가 예민해지고, 작은 소리(냉장고 모터, 옆집 발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빗소리를 낮게 틀어두니까 그런 잡음들이 자연스럽게 묻혔다.
세 번째는 "누워서 자려고 애쓰지 않기"였다. 20분이 지나도 잠이 안 오면 그냥 일어나서 다른 방에 잠깐 앉아있다가 다시 누웠다. 침대와 "잠 못 드는 곳"이라는 연상을 끊어내는 게 생각보다 중요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
지금은 매일 같은 시간에 빗소리와 밤소리를 낮은 볼륨으로 틀어두고 잔다. 처음엔 SeaHeal을 직접 만들면서 테스트용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소리 없이는 오히려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가 됐다. 뇌가 "이 소리 = 잘 시간"으로 학습한 것 같다.
지금도 가끔 못 자는 밤이 있다.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다만 예전처럼 그 밤이 무섭지는 않다. 몇 시간 뒤척이다 잠들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